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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급등락 시기를 거쳐 안전자산으로 

나는 적금보다 암호화폐 투자한다 , 김산하, 윤혁민 지음

안전자산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암호화폐를 도박으로 바라보는 많은 사람은 암호화폐를 시세 변동이 심각한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실제로 암호화폐에 투자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암호화폐는‘안전자산’에 가깝다. 안전자산이란 가치가 쉽게 변하지 않는 금과 같은 자산을 말한다.

이미 암호화폐는 조금씩 안전자산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그 점을 계속해서 증명해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셧다운 되거나 하는 등의 세계 정치적 불안 요소들이 나타날 때면 암호화폐의 시세가 어김없이 오르는 것만 봐도 이 점을 분명히 알 수있다.

 

비트코인은 진화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진화하지 못했다

암호화폐 비관론자들은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4년 전의 비트 코인 기사를 살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암호화폐를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네이버나 구글의 뉴스 검색 기능을 활용해서 2013년의 비트코인 관련 기사만 찾아봐도 당시 사람들의 반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3년은 비트코인의 시세가 100만 원 전후를 유지하던 때 다. 또한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들이 앞다투어 비트코인 규제에 돌입하던 해이기도 하다. 당시 나온 비트코인 관련 기 사들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그에 대한 대다수 사람의 반응은

“거 봐라, 비트코인은 사기라잖아!”

“각국 정부가 인정하지 않으니 이제 비트코인은 끝났다!”

“폭락 가능성이 농후하다”

라는 식이었다. 2018년인 현재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2013년의 비트코인 기사들을 날짜 없이 본다면 요즘 나오는 기사와 전혀 구별할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암호화폐는 각국의 규제를 견뎌내고 있고, 암호화폐의 가격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으 며, 사람들은 시세와 상관없이 버블이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딱 하나 있다. 바로 암호화폐의 시세다.

당시 100만 원대의 시세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최근에 2,800만 원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1,4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무려 2,800만 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이 반 토막이 나자, 사람들은 다시 “드디어 암호화폐의 거품이 붕괴된다!”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두 저자를 비롯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별다른 반응 없이 묵묵히 암호화폐를 모으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 정도 변동은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급등락의 시기를 거쳐 안전자산으로

비트코인 시세 흐름에서 50% 정 도의 낙폭은 흔한 일이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무려 94%나 하락한 적이 있으며, 대체로 수십 퍼센트대의 폭락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이런 변동폭은 해마다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비트코인의 시세는 계속해서 우상향 중이다. 앞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암호화폐는 가격이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변동 폭이 점점 줄어들다가, 최종적으로 특정 값에 수렴할 것이다. 그러고 나면 완벽한 안전자산이 되어 실물 화폐의 인플레이션과 연동되면서 가치 상승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이 점점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초창기에는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 으며, 안전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사실 비트코인을 들고 있어봤자 딱히 쓸 곳도 없었을 것 이다. 이때 비트코인을 보유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기대 반, 재미 반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의 시세가 움직이면 쉽게 사고 팔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장기 보유하기로 마음먹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비트코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보유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시세 의 출렁임도 미약하나마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굳이 비트코인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후발주자인 대부분의 코인도 해를 거듭할수록 가격은 올라가지만, 시세의 출렁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암호화폐는 한 국가가 한정된 영토 내에서만 보증해주는 화폐와는 비교 자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한 자산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국가의 중앙은행이 법정 화폐의 가치를 더는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 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암호화폐를 받는 기업들과 상인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암호화폐의 범용성과 신뢰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보유한 퀀텀과 메디토큰을 매도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무엇이 되었건 간에, 내가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로 전 세계 어디에서나 결제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적금보다 암호화폐 투자한다
김산하, 윤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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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모르는 새 돈을 쓰게 만드는 앵커링 효과

우리 집 재테크를 부탁해, 이지영 지음

같은 물건도 비싸면 좋다고 느낀다

가격은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을 나타내는 척도이기 때문에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소비의 기준이 될 수있다. 비싼 제품은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고 저렴한 상품은 싼 가격만큼의 품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격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물건에 매겨진 높은 가격을 볼 때의 뇌 상태와 살을 꼬집을 때의 뇌 상태가 비슷하다고 한다. 즉 높은 가격은 뇌에게는 육체적인 고통과 똑같다.

따라서 우리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낮은 가격을 선호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무의식은 다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5.65유로(약7,000원)짜리 와인과12.95유로(약1만6,000원)짜리 와인을 함께 진열해두면 약 85%의 고객이 7,000원짜리를, 나머지 15%의 고객이 1만 6,000원짜리를 구입한다. 그런데 여기에 33.95유로(4만2,000원)짜리 와인을 추가로 진열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때는 고객의 약70%가7,000원짜리 와인을, 28%가 1만6,000원짜리 와인을, 그리고 2%가 4만2,000원짜리 와인을 구입한다. 만약 당신이 와인 상점 주인이고 중간 가격의 와인 매출을 늘리고 싶다면 별도의 광고나 추가 노력 없이 단지 고가의 와인을 비치해두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있다.

이런 현상은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와 중간을 지향하는 뇌의 성향 때문이다. 소비자는 특정 가격을 기준점으로 닻(앵커)을 내린다. 싼 것과 비싼 것 두 가지의 옵션이 있다면 흔히 싼 것을 선택한다. 낮은 가격에 닻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옵션이 세 가지가 되면, 즉 고가의 와인이 추가되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싸게 느꼈던 와인이 비싸게 느껴지지 않고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커진다. 기준점이 중간 가격으로 옮겨 가 닻을 내리게 된 것이다.

우리의 뇌는 중간을 지향하는 성향이 있다. 중간을 선택하면 실수할 확률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이를 타협 효과 혹은 극단 회피성이라고 한다.골디락스(goldilocks)도 같은 맥락이다. 너무 뜨겁지도 않고 너무 차갑지도않은, 딱 적당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골디락스 경제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큼 과열되지도 않고, 경기 침체를 우려할 만큼 냉각되지도 않는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말한다. 우리는 물건을 소비할 때 골디락스 가격을 선호한다고 볼 수 있다. 너무 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비싸지도 않은 가격, 그래서 이상적으로 보이는 가격을 선택하고 그런 상품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평가할 때도 객관적인 성능이나 품질보다는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 뇌는5달러짜리 와인보다45달러짜리 와인을 마실 때 더 큰 기쁨을 느낀다. 실제로는 둘 다 5달러짜리라도 말이다. 심지어 진통제의 효과도 가격이 영향을 끼친다. 가격을 다르게 알려주었으나 같은 진통제를 복용한 두 실험군에서 가격이 비싼(비싸다고 생각한)진통제를 복용한 실험군이 약효가 더 크다고 답했다.

 


 

아무리 똑똑해도 미끼상품을 피할 수 없다

물건이 하나 뿐이면 가격에 비해 성능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나 두 가지가 있다면 어느 것이 더 좋은지 판단할 수 있다. 이때 평가되는 가치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가치다. 비교해서 판단하는 인간의 습성상 저가, 중가, 고가의 물건이 있을 때 우리는 중간 가격의 상품을 구매한다는 점을 앞서 언급했다.

이런 경향으로 인한 비합리적 판단에 대해, 행동경제학자 댄 애이리얼은 그의 저서 《상식밖의경제학》 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보여준다. 애이리얼은 MIT 경영대학원 학생들-아마도 가장 똑똑한 인간의 표본이 아닐까-100명을 대상으로 다음 상품 중 무엇을 선택할지 물었다.

1.《이코노미스트》온라인판정기구독(59달러):16명선택
2. 오프라인판정기구독(125달러):0명선택
3. 온라인및오프라인판패키지정기구독(125달러): 84명선택

아마도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같은 값이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을 모두 구독할 수 있는 3번을 선택하지, 2번을 선택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런데도 2번 항목이 들어 있는 이유는무엇일까? 만약 2번 항목을빼면 결과가달라질까?

2번을빼고나머지는똑같은조건으로실험한결과는다음과같다.

1.《이코노미스트》온라인판정기구독(59달러):68명선택
2. 온라인및오프라인판패키지정기구독(125달러):32명선택


패키지를 선택한 학생이 84명에서 32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항상 비교해서 판단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상품의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찾기보다 비슷한 상품과의 가격 비교를 통해 가치를 매기려는 경향은 뇌의 한계에 기인한 필연적 결과다. 이처럼 상대적 평가에 의존하는 건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경향 때문이다.

마치 구두쇠처럼 우리 뇌는 생각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기 싫어한다. 그래서 의사결정을 할 때 최소한의 정보만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품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일은 많은 수고가 필요하지만 인지적 구두쇠 경향은 그런 노력을 꺼리게 만든다. 대신 우리는 브랜드, 과거의 제품 사용 경험,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의 이미지, 주변 사람에게 들었던 이야기, 바로 옆에 있는 비슷한 제품 등 즉각적이고 쉬운 판단 기준을 찾는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이런 방식, 즉 상대평가를 통해 상품을 선택해 왔다.

MIT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실험에서 비교가 쉬운 것은 2번과 3번이다. 1번과 3번의 비교는 직관적으로 쉽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며 따져봐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든다. 반면 비교하기 쉬운 2번과 3번을 놓고 보면 3번이 확실히 이득이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쉽게 비교할 수 없는 선택지 두 개만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필요와 적당한 가격인지 등을 좀 더 생각하고 따져볼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부동산중개소에서 집을 보여줄 때 흔히 사용하는 것이 이런 비교 심리를 활용한 미끼상품이다. 부동산중개업자가 꼭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은 집 A가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고객에게 그 집보다 약간 낮은 가격이거나 별 차이가 없는데 상태가 A보다 나쁜 집 B와, A보다 상태가 조금 좋지만 훨씬 비싼 집 C를 먼저 보여줄 수 있다. 이때 A의 매력도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집을 구하러 다니다 보면 어처구니 없이 비싼 집이 있는데 이런 목적의 미끼로 사용되는 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 더 많은 집을 둘러보면서 객관적이고 타당한 가격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 집 재테크를 부탁해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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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같은 애인만 만나는 사람들 특징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지음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준다'는 것의 의미는 자기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즉 내가 살아 있고 자신이 충만하기 때문에 나의 능력과 힘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사랑을 통해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남에게 주는 경험을 한다는 건 아주 뜻깊은 일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준다는 행위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준 만큼 받고 싶은 것 또한 사람의 마음이다. 사랑을 주면 사랑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하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자신은 상대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며 그저 주는 사랑이 더 편하고 좋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먼저 그의 속마음부터 살펴야 한다. 그가 대가 없이 주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나를 함부로 대하게 놔두지 마라

늘 괜찮다며 화를 낼 줄 모르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첫눈에 한 여자에게 반해 2년 동안 쫓아다녔고 결국 사귀게 되었다. 그는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들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담배고 끊고 술도 끊고 출퇴근 때문에 고생하는 그녀를 위해 자신의 차를 내주었다. 덕분에 출근 시간만 50분에서 2시간으로 늘어났지만 괜찮았다.

그뿐이 아니었다. 데이트 비용을 저눕 대는 것도 모자라 그녀가 친구들과 해외여행 가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말하자 선뜻 자신의 적금을 깨어 경비를 마련해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친구들이 아닌 다른 남자와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녀에게 그는 쇼핑을 책임지는 통장이자 필요할 때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짐꾼이자 대리기사일 따름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괜찮다고 말했다. 자기는 그녀를 사랑하며, 그녀도 언젠가 자신의 사랑을 알아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아니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관계에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더 많이 사랑할 때,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가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약자는 늘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무엇이든 그에 맞추려고 노력하게 된다. 상대방이 그 정성과 배려를 너무 몰라 주면 섭섭하지만, 혹시나 자신의 실수로 상대가 떠난다고 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녀가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도 사랑에 있어 약자다. 하지만 더 사랑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그것을 믿고 그를 함부로 휘두르려고 한다면, 그는 그것을 막아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누군가를 존중하지는 못할망정 함부로 대하며 모욕을 주고, 상처를 줄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의 행동은 그녀에게 자신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괜찮다고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면서 말이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지만 억지로 그 사랑을 붙들고 있어 봐야 망가지는 것은 내 삶일 뿐이다.

내 앞에서도 계속 괜찮다고 말하던 그는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이 상황을 견디기 힘들고 모든 걸 내주는 자신이 비참하다고도 했다.

 

몇 개월 뒤 그는 나에게 안부 편지를 보내 왔다. 그녀와 헤어졌고 생각보다 잘 견디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괜찮다는 말을 해왔는데 싫으면 싫다고 말하니까 그게 더 기분이 좋다고.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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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도 보기 싫던 상사가 갑자기 좋아진 이유 

마음도 퇴근이 되나요?, 김승호 지음

마음에도 퇴근의 기술이 있다

 

"내 위주로 상황이 돌아가기를 원해서 화가 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괴로운 것이다. 화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연민이 되는 것이다. 분노는 내 입장에서만 생각할 때 화가 나는 현상이고, 연민은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생기는 것이다. 사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평소에 내가 화내는 일의 80~90%는 화낼 필요가 없었던 일들이다."

이것은 정각사 주지 스님인 정목 스님이 한 방송에서 한 말씀이다.

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좋아하는 단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이것은 마음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법 중 으뜸이다. 역지사지와 관련된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재미난 일화가 하나 있다. 어느 날 여왕은 영국을 방문한 중국 귀빈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서양 테이블 매너에 익숙하지 않은 중국 귀빈이 그만 실수로 핑거볼에 담긴 물을 마신 것이다. 그러자 여왕도 중국 귀빈을 배려해서 핑거볼에 담긴 물을 마셨다. 나중에 엘리자베스 여왕의 작은 역지사지 배려를 알게 된 이 중국 귀빈은 감사한 마음에 영국과 관계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마음의 유연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인 '역지사지'가 지금도 필자의 힘든 마음을 위로해 주고 있다. 필자도 성격이 급하여 냐 뜻대로 안 되면 짜증을 내고 화를 참지 못한다. 그런데 화를 내고 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런 성격은 스스로 마음에 상처를 주어 육체와 정신 건강에 얕은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상대방을 마음을 이해하는 역시사지의 셀프 롤 플레이(Eslf Role Play)를 이용해서 지금은 불편한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서의 이해관계 때문에 업무 협조가 잘되지 않을 때 보통은 상대방 탓을 하게된다.

이때 내 입장과 관점을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이후 상대방 입장에서 관점을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역지사지 셀프 롤 플레이다.

직장생활 내에서 역지사지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사실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는 방법이다. 

 


 

남자들은 술자리에서 흔히 군대 무용담을 화젯거리로 삼는다. 한 친구는 매일 욕하고 얼차려를 주어서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미워한 고참이 있었는데, 휴가 전날 자신의 전투화를 정성스럽게 닦아 주는 모습을 보고 미움이 사라졌다고 했다. 단 한 번의 호의로 미움이 확 사라진 것이다. 

직장생활에서도 비슷한 일이 많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동료나 상사, 후배에게서 받은 작은 도움의 손길 하나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급상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래서 경조사가 있을 때, 경사에서 건네는 축하의 악수보다 조사에서 건네는 위로의 손길이 상대방에게 더 크게 다가가는 것이다. 

로버트 치알디니는 <설득의 심리학>에서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면 상대방은 나에게 빚진 마음이 생겨서 언젠가 갚겠다는 의무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것은 '상호성의 원칙'으로 '호혜의 원칙'이라고도 한다.

직장생활에서 꼭 상대방에게 뭔가를 보답 받기 위해서 계산적으로 상호성의 원칙을 활용하라는 말이 아니다. 동료가 힘들 때 내가 먼저 건네는 작은 위로, 도움의 손길은 언젠가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천군만마의 응원과 지지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평상시 의미 없는 호의를 베푸는 것보다 동료나 선후배가 정말 힘들어할 때는 외면하지 말고 마음으로 도움을 주자. 특히 상사는 직원이 정말 힘들어서 도움을 요청하면 반드시 들어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아무리 편한 상사라도 상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용기가 없으면 도움조차 요청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직원에게 형평성의 이유로 도움을 외면한다면 상상 외의 서운함으로 반감을 살 수도 있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않아도 된다. 단지 힘들어하는 직원의 하소연을 마음으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힘든 일은 한꺼번에 찾아온다는 불문율이 있다. 한쪽 도로의 정체가 심해지면, 모든 방향의 도로가 정체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업무가 한순간에 몰리고, 개인적인 일과 신체적인 건강상의 문제까지 한꺼번에 들이닥칠 때가 있다. 이때는 내 마음을 잘 관리하고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빨리 헤어나려고 서두르거나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

그러다 보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마치 실타래가 엉켰을 때 급하게 풀려고 하면 더 엉키는 것처럼 말이다. 엉킨 실타래를 잘 풀기 위해서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엉킨 매듭을 찾아 꼬인 순서대로 천천히 풀어야 한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힘든 일이 한꺼번에 몰렸다고 짜증내거나 조바심내지 말고, 마음을 가다듬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차분히 해결해나가면 된다. 이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마음 관리뿐이다.

필자에게도 문제가 한꺼번에 찾아온 적이 있다. 글 쓰는 일과 회사의 중요한 업무, 개인적으로 퇴근 후 배우는 코칭 교육에 어깨 통증까지 한꺼번에 찾아왔다.

아픈 어깨와 당뇨 수치의 급상승, 거기에 아내의 어깨 수술까지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들이 한꺼번에 닥쳤다. 하지만 이 모든 일에 감사하자고 생각하니 우선순위가 결정되면서 조급함이 사라지고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너무 많이 엉킨 실타래는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은 포기하고, 어떤 사람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이 또한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달렸다. 박노해 시인이 쓴 <조금씩 조금씩 꾸준히>란 시가 있다.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꽃이 피었다 하고 하루아침에 그 사람이 변했다고 말하지만, 꽃도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변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변했다는 것이다. 

마음도 퇴근이 되나요?
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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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결심만 한다는 퇴사 후 여행, 직접 해보았다.

퇴사하고 여행갑니다, 김대근, 김태현 지음

더러웠지만 사랑했다

2016년 6월 7일, 마지막 출근길.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한 도 끝도 없다.

매일 걷던 길, 매일 만나던 풍경, 매일 타던 버스, 매일 사 가던 커피, 매일 듣던 인사말....... 마지막 출근도, 마지막 퇴근도 언제나처럼 똑같은 모습이라고 되뇌며 씩씩하게 출근을 했다.

책상은 깨끗했다. TV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박스를 끌어안고 퇴사하는 모습은 왠지 싫었다. 퇴사를 결심한 후부터 매일매일 짐을 정리했다.

신입 시절부터 함께한 컴퓨터에서는 매일 조금 씩의 추억을 빼내 외장 하드로 옮겼다. 컴퓨터 속을 비우다 보 니 이따금 생각지도 못한 사진들이 유물처럼 나왔다. 갓 입사 해 연수원에서 찍었던 기념사진 속 나와 동기들은 푸릇푸릇했다.

팀원들과 함께했던 워크숍과 회사 행사의 추억도 새삼스러웠다. 그때마다 열심히 마우스를 클릭하느라 바빴던 손가락이 움찔하고 멈췄다. 하루하루 일에 치여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의 회사 생활이 막상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퇴사 날, 매일매일 짐 정리로 깨끗이 비워낸 책상에는 가방 하나만 남았다. 보통의 회사에선 퇴사 당일 오후에는 자리를 비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날도 퇴근 시간까지 일했다. 오죽했으면 같은 부서 과장님이 “오늘 자리에 앉아 있지 마”라고 메시지를 보내셨을까, 하하.

짬을 내어 회사 각 층을 돌아다니며 감사했던 분들께 인사를 했다. 워낙 거쳐 간 팀이 많아서 결국엔 인사를 다 돌지도 못하고 퇴근 시간이 되었다. 퇴사 인사 메일을 쓰는데 추린다고 추렸는 데도 인사를 못 나눈 사람들 얼굴이 떠올랐다. 그렇게 메일을 전 송하고 나니 진짜 진짜 굿바이였다.

쿨하게 가방 하나만 들고, 마치 내일 출근할 것같이,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퇴근. 그동안 고생했다며  수를 쳐주는 팀원들 앞에서 왈칵 눈물을 쏟은 것 말고는 평소와 별반 다를 바 없던 마지막 출근이었다. 미운 정 고운 정 들었던 나의 첫 회사, 안녕.

나, 이제 진짜 백수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대학을 졸업한 후 한 금융기관에서 인턴십을 시작했을 당시, 내 마음은 남북한처럼 분단 상태였다. 첫 사회 경험이라는 설렘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무서운 상사와 선배들에 관한 괴담, 타 부서 와의 마찰 이야기 때문에 긴장되고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안정을 찾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직장 또한 사람 사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인턴 생활이 종료되는 날까지도 사적인 잔심부름을 시키고 미숙 한 내 업무에 꾸지람을 늘어놓았던 S 과장, 평소 차분하고 조용 조용하지만 술자리에서는 인간 확성기로 변하는 L 차장, 말보다 는 눈빛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카리스마 H 팀장 등 각기 다른 성 격의 소유자들이 한 팀에서 둥지를 틀고 지냈다.

구성원의 성별뿐 아니라 성향 자체가 매우 남성적인 팀이었기에 군대에 재입 대한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든 회사 분위기는 전부 다 이런 건가 싶었다.

 

최근 퇴사한 회사는 전 직장과는 너무나도 다른 환경이었다. ‘남소여대’ 즉 남녀 비율이 3:7 정도인 회사였다. 앞, 뒤, 옆, 위, 아 래 모두 여자 선후배로 둘러싸인 나는 사무실에서 숨 쉬는 법조차 새로 배워가는 듯했다.

아들만 셋인 집에서 태어난 나로선 살면서 겪어보지 못한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또 개성 강한 선후배 들을 이해하고 어울리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여성 특유의 세심한 배려와 꼼꼼한 업무 처리 방식을 자연스럽게 배웠고, 그 덕분에 ‘상남자’다운 성격(?)에서 부드러운 남자(?)로의 변신에도 성공하고야 말았다.

‘아! 이래서 어른들이 많은 사람을 만나보라고 하는 거구나’ 하고 자연스레 느낄만큼 나에게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떠나 퇴사를 했다.

 

직장인이었을 때도, 백수인 지금에도 변하지 않는 슬픈 명제가 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다.’

때론 퇴사 후 다시 찾아온 고된 구직 생활이 과거를 미화하기도 한다. ‘그래 전 직장, 넌 나름 좋은 회사였어.’ ‘인생지사 혼생혼사’ 되뇌며 의연히 지내다가도, 백수로서 까마 득한 현실을 생각할 땐 이내 불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것 하나는 어렴풋이 안다.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직장’이 아 니라, 사실 ‘팔 할이 직장인이었던 나 덕분’이라고. 직장 생활은 고되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 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아! 우선 퇴사여행 좀 다녀오고요.

퇴사하고 여행갑니다
김대근,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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